내가 책을 내면 모두가 사줄까?
"나의 책이 당당히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하고 작가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강연 무대에서 나만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많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서서히 연단을 내려온다. 언론사에서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유명 일간지에서 칼럼을 제안해 온다.
출판사마다 차기작의 기대감으로 준비해온 조건을 제시하며 우선 계약해줄 것을 요구한다." 좀 너무 나갔나 싶긴 하지만 책을 처음 쓰는 초보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해봤을 것입니다. 이 정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만 지루한 집필의 시간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물론 가능성이야 항상 열어두지만 "과연 내가 책을 내면 모두가 사줄까"라는 물음표가 생깁니다. 책을 내본 경험자로서의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입니다. 모두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 책을 반드시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는 야릇한 상상을 하면서 글을 씁니다.
사실 책을 쓰다 보면 이 정도의 근자감은 좋은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현실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고 글을 쓰는 사람이 이런 시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심기일전하고 묵묵히 정진하면 됩니다. 그게 진정 글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월을 책으로 쓰면 소설 한 권은 나온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만큼 사연 많고 질곡 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긴데 소설 한 권은 나오더라도 그건 그냥 본인의 이야기일 뿐이지 누가 돈을내고 사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물론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거나 누가 봐도 공감할 신선한 삶의 경험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간혹 내가 책을 쓰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사 줄 거라는 야무진 환상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남의 지갑 열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아는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조정래, 황서경, 김훈처럼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된다면 몰라도 처음 책을 낸 초보 작가를 아무도 알 리 없을 뿐만 아니라 눈길을 확 잡아끌 만큼 폭발력 있는 콘셉트가 아니라면 팔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그렇다면 남의 지갑을 열기 위해 초보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광고밖에 없습니다. 출판사와 계약 당시 책이 나오면 광고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물으니 마땅히 할 말이 없어서 "글쎄요. SNS랑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 정도"하고 얼버무렸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작가라고 해서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책이 나오면 작가도 최선을 다해 책을 알려야 하고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합니다. 책은 작가의 열정과 고뇌, 경험과 정보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입니다.
책은 출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혹자는 판매는 출판사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하고 작가는 일단 책을 출간했으면 목적을 이룬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요즘은 작가도 출간과 동시에 판매를 함께 고민하고 주면의 모든 지인에게 알린 다거나 다양한 매체에 최대한 노출시키는 역할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간혹 저자 특강을 들으러 가보면 본인의 책을 앞에 잔뜩 쌓아놓고 강연을 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구매하면 시중가보다 싸게 책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작가가 저렇게 책을 팔아야 하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생각은 아주 바람직한 판매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책을 쓰니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싶겠지만 저는 책을 내기 훨씬 전부터 이런 판매 방식은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책은 또 다른 나의 얼굴이고 명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책 앞에서 저자로서 당당함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예컨대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도 10년에 걸쳐 레시피를 개발하고 맛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업소들이 주변에 난립하고 그나마 친절도나 청결 면에서 한번 실수하면 소비자의 발길은 끊어집니다.
그만큼 소비자는 냉정하고 남의 지갑을 열기는 더더욱 힘듭니다. 10년의 세월을 투자하고도 소비자의 기호를 따라잡지 못한다거나 조금만 느슨해지면 바로 경쟁자들의 위협을 받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에서 과감하게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여행을 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거나 직장의 비리를 밝히는 용감한 글을 쓰더라도 자기만의 콘텐츠가 없으면 그냥 세상 어디선가 떠도는 흔하디흔한 여행, 맛집, 직장생활 이야기일 뿐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합니다. 하물며 나의 경험이나 아이디어 없이 몇 가지 자료만 수집해서 책을 낸다면 모래 위에 누각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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