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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출간비용 얼마나 들었냐?

by []).push 2021. 6. 3.

 

 

출간비용 얼마나 들었냐?

 

 

 

세상에 책이 나옴과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반응들이 나옵니다. 어찌 보면 그 반응들은 그동안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를 비춰주는 거울 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많은 변화가 생기는 데 우선은 주변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짐을 느낍니다. 하루아침 슈퍼스타가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했던 캐릭터가 이젠 제법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면구스럽기 짝이 없지만, 부동산 경매 책을 내고 주변으로부터 들은 말 가운데 "전문가가 여기 있었구먼."이란 소리를 제법 들었습니다. 반면 그동안 몇 건이나 낙찰 받았느냐? 돈은 얼마나 벌었느냐? 는 식으로 책의 내용보다는 개인의 궁금증에 대하여 거침없는 돌직구성 질문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또 책을 낸 것에 대하여 산고와 비교하며 정말 대단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고 격려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SNS의 위력을 실감하였습다. 초, 중, 고 동창들이 격려의 글을 남겨주었고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솔직히 누군지 모르는 동창도 있었지만 일일이 프로필 사진이나 졸업앨범을 찾아보고 확인했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책을 내놓으면 내 주위에 차분히 가라앉아 있던 삶의 조각들이 훅 하고 한번 들썩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광고가 되고 SNS 상에 알려지면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무엇보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가장 흐뭇하고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세상에 자식 잘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더 있을까?

 

어머니는 매번 전화해서 책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시는 나의 첫 번째 모니터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딸아이는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책 한 권 쓰고 얻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이렇게 가족의 지지와 격려는 언제나 뿌리에서부터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별 볼 일 없던 사람이 온. 오프라인에서 책이 판매되고 당당히 저자로서 이름이 알려지면 주변으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진짜 이 책을 직접 쓴 것이 맞을까?라는 의혹을 받기도 하고 책 속의 이야기에 대하여 신빙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자격증(?)도 없으면서 무슨 책을 썼냐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 책 쓰기에 자격증이 생겼을까? 하지만 단지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하면 그뿐입니다. 집필 과정이나 내용이 당당하게 작가 본인의 것이라면 전혀 신경 쓸 것도 없습니다. 이러한 시기와 의혹은 손가락 사이 모래처럼 한순간 빠져나가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나 책 한 권만 줘봐"

 

"원래 사인해서 한 권씩 돌리는 것 아냐?"

 

작가가 책을 내고 가장 듣기 싫은 소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소리입니다. 물론 반은 농담이겠지만 참 안타깝습니다. 작가는 집에 책을 쌓아놓고 있는 걸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7~10권 정도 책을 제공받습니다. 이 책은 부모님을 포함한 정말 인사드려야 할 지인들이나 광고에 도움 주실 분들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그러므로 정작 작가도 별로 책이 없습니다. 꼭 필요하면 사서 충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그까짓 책 한 권 못 주냐는 식으로 야박하다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집에 책을 쌓아 놓고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진심으로 축하하며 꼭 책을 사서 읽어보겠다고 격려를 하지만 어떤 친구는 무조건 사인해서 책을 보내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비록 내가 작가이긴 하지만 나 또한 책을 사야 한다.라고 말하면 SNS와 인터넷 카페 등에 광고해줄 테니 쩨쩨하게 굴지 말고 책 몇 권 보내라는 막무가내 친구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책 몇 권 보내고 광고되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식이었습니다.

 

진짜 필요하다면 몇 권 사서 보낼 수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절대 책을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아예 독서와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1년이 지나도 책 한 권 읽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책을 요구하는 심리는 딱 하나, 호기심입니다. 주변에 너무나 친숙하게 잘 아는 사람이 책을 낸 자체가 신기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머리말 정도로 휙 읽어보고 책은 그냥 사장되고 말 것입니다. 돈 내고 사 보기엔 아깝고 한 권 얻어 책을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작가에게 책이란 자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내 몸의 일부처럼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입니다.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고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결정체입니다.

 

이렇게 고락을 함께하며 만들어진 책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작가 입장에서는 당연히 싫습니다. 그러므로 너무나 쉽게 "한 권 줘봐." 하는 말 한마디는 작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이 아니란 걸 뻔히 알기 때문에 더 불편합니다. 저는 차라리 술을 사라면 사겠지만 책이 진짜 읽고 싶으면 책은 사서 읽으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출간비용 얼마나 들었냐?"

 

책의 출간과 함께 본격적인 광고가 시작되던 시기, 어느 선배의 질문이었습니다. 기분이 참 울컥했습니다.

"출간하는데 무슨 돈이 들어요? 돈 안 듭니다."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책 쓰기 자격증 운운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양호한 질문이었습니다. 출판의 개념을 모르다 보니 사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출간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이런 이들에겐 우선 자비 출간과 기획 출간의 차이를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나는 출판사로부터 정식 계약을 하고 기획 출간을 했다고 하면 "우와 제법인데" 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세상에 나의 책이 나온다면 대부분은 호의적이지만 까칠하게 질책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정중하게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비용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든 싫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이런 모든 것들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마음에 깊이 새겼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반응들은 그동안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를 가장 잘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책이 나오고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좀 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출간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책 한 권이 아니라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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