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원고를 마감하고 나니 서운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투고를 앞둔 시점에서 책 쓰기에 대한 모든 순간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습니다. 이미 마감된 원고를 속 시원히 투고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보고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 컴퓨터에 들어있을 때는 완벽하게 나만의 것이지만 세상에 뿌려지는 순간 나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말과 같습니다. 입 안에 있을 때는 내가 말을 지배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말의 지배를 받습니다. 아름다운 말은 나를 아름답게 하지만 비난의 말은 결국엔 그 비난의 창끝이 나를 향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집필한 원고가 나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 원고를 집필했다면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면 됩니다. 투고에 딱히 정해진 규칙이나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쉽게 생각해서 나의 글을 출판사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동안 노력해왔던 시간을 떠올리며 꼭 책으로 출간되기를 바라는 한 통의 이메일입니다. 투고에 규칙은 없지만 요령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우편으로 보냈겠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무한하게 투고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반면 아동 도서를 주로 만드는 출판사도 있고 종교 서적만 만드는 출판사도 있고 경제경영 분야의 책을 주로 만드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출판사마다 주력으로 하는 책의 종류가 있으므로 우선 투고할 출판사의 성향을 알면 유리합니다. 내 책과 장르가 맞아떨어지는 출판사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어느 책이건 판권이 있습니다. 판권이란 책의 맨 앞이나 맨 뒤에 있는 책의 이력(?) 같은 것입니다.
그곳에는 출판사의 연락처나 이메일 주소가 있습니다. 우리는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책을 접할 수 있고 자료수집 과정에서 나와 주제가 비슷한 경쟁 도서를 읽을 것입니다. 이때 출판사를 확보해 놓으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찍든지 캡처를 하든지 해서 투고할 출판사의 주소를 확보하면 좋습니다.
또한 원고를 받아보는 대부분의 담당자는 수없이 많은 원고를 받아볼 것이고 시간의 경계도 불분명하게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300쪽 분량의 원고 뭉치들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합니다.
이런 담당자들의 피로감을 최소화 시키며 나의 원고를 돋보이게 해야 합니다. 절대 다른 원고들과 뒤섞여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을 보낼 때 첨부 파일은 출간기획서, 서문, 목차, 본문 정도를 보내면 되는데 무뚝뚝하게 "원고 투고합니다."보다는 가볍고, 스마트하게 인사말 정도는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ㅇㅇㅇ이라고 합니다."로 시작해 ㅇㅇㅇㅇ관련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투고하였으며 검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편지를 쓰면 됩니다. 마지막에는 감사합니다. 정도의 인사와 함께 연락처를 남기면 됩니다.
최선을 다하여 집필하였다는 식의 상투적인 문구는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출간 경험이 있다면 이번이 첫 책이 아니라는 언급이나 혹시라도 인지도 있는 작가로부터 지도를 받았으며 작가의 이름을 슬쩍 언급하거나 본인의 특이한 이력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본문은 완전히 마감하고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혹자는 본문 일부만 보내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각자의 판단이긴 하지만 마감이 완벽하게 끝난 본문을 보내는 것이 출판사로부터 신뢰도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초보 작가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완전히 마감된 원고도 없이 무명의 작가에게 투자할 출판사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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